올해로 마흔다섯이 된 나는, 평소 건강에 크게 무심한 편이었다. 회사에서 장시간 앉아 일하며 야근이 잦고, 회식 자리에서 기름진 음식을 즐기며 술도 적당치 않게 마셨다. 겉보기엔 그럭저럭 멀쩡해 보였지만, 건강검진 결과가 하나둘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숫자가 바로 공복 혈당 128mg/dL이었다. 재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자 의사는 “경계성 당뇨, 혹은 초기 당뇨일 가능성이 높다”며 식습관 관리와 함께 메트포르민 500mg을 처방했다. 그냥 체중이 늘었거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당시 꽤나 당황했다. “내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됐나?”라는 생각과 함께 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약을 들고 집에 돌아오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약 하나로 내 인생이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결국 중요한 건 관리와 꾸준함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 1. 첫 복용 — 불안과 기대 사이에서 첫날 저녁 식후에 약을 손에 쥐고 잠시 멈칫했다. 평생 처방약이라고는 감기약 말고는 복용한 적이 거의 없던 터라, 어떤 반응이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의사의 설명대로 부작용은 대체로 경미하다는 말에 마음을 다잡고 물과 함께 삼켰다. 복용 직후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지만, 약 2시간쯤 지났을 때 속이 조금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고, 몸이 약에 적응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장 관련 부작용이 흔하다던데, 다행히 설사나 심한 복통은 없었다. 다만 다음날 아침까지 약간의 더부룩함이 이어졌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계속해도 되겠다.”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 2. 첫 2주간의 변화 — 몸이 하나씩 적응해 가다 복용을 시작하고 1주일 정도 지나자 몸이 꽤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며칠의 더부룩함은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식사 후 갑자기 피곤해지는 ‘식곤증’ 같은 느낌도 예전보다 줄었다. 무엇보다도 폭식 욕구가 줄어들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예전에는 스트레스 받는 날엔 퇴근하자마자 라면과 맥주 한 캔을 비우고도 모자라다 싶을 때가 있었는데, 약을 복용한 뒤로는 식사가 끝나면 자연스레 음식 생각이 덜 났다. 마치 배고픔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몸의 균형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한 번은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도 배가 이전처럼 부대끼지 않았고 피로감도 훨씬 덜했다. “설마 이게 약 때문인가?” 의심하면서도 이 변화는 꽤 반가웠다. ■ 3. 1개월 차 — 체중과 에너지 변화 약을 꾸준히 복용한 지 한 달이 지나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 ① 체중 변화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한 것은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2.8kg 정도가 빠졌다. 회사 동료가 “요즘 얼굴이 좀 가벼워 보인다”고 말할 정도였다. 메트포르민이 체중 감량에 직접적인 약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식탐이 줄어들고 폭식 빈도가 줄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중이 내려간 것 같았다. ● ② 혈당 수치의 변화 재검에서 공복 혈당이 106mg/dL까지 떨어졌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상 범위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 결과를 보는 순간 그동안의 불안이 한 번에 풀렸다. ● ③ 기력의 변화 신기하게도 하루 종일 피곤한 느낌이 줄었다. 퇴근 후에도 아내와 산책할 여유가 생겼고, 쉽게 지치지 않았다. 확실히 혈당이 안정되니 에너지 수준도 덩달아 좋아지는 듯했다. ■ 4. 2~3개월 차 — 생활 습관의 변화가 시작되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오히려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건강관리를 ‘귀찮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지만,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식단과 운동에도 관심이 생겼다. ● 식습관 변화 흰쌀밥 대신 현미밥을 섞어 먹기 시작 늦은 밤 야식 줄이기 탄산음료 대신 물이나 무가당 차 튀긴 음식 섭취 빈도 감소 예전 같으면 한 끼라도 맛있는 걸 먹어야 직성이 풀렸는데, ‘혈당이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면 선택이 달라졌다. ● 운동 습관 거창한 건 아니고, 매일 30분씩 빠르게 걷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 30분이 내 생활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땀을 조금 흘리고 나면 하루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 들고, 정신적으로도 안정감이 생겼다. 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메트포르민이었다. 약이 모든 것을 대신해 준 것은 아니지만, 나의 경각심을 깨뜨리고 생활 패턴을 바꾸는 ‘방아쇠’ 같은 역할을 해준 것이다. ■ 5. 40대 남성으로서 느낀 점 당뇨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질환이라, 초기에 자신을 속이기가 쉽다. 나 역시 “조금만 조심하면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몇 년을 보냈다. 하지만 검진 결과를 보고 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메트포르민 500mg을 복용한 지난 몇 달은 나에게 여러 의미가 있었다. ● ① 건강은 늦기 전에 지켜야 한다 작은 변화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중요했다. 초기에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당화혈색소 수치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 ② 약은 ‘의존’이 아니라 ‘관리의 도구’다 메트포르민을 먹는다고 해서 인생이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고, 약을 끊는다고 뚝딱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약을 통해 몸의 균형을 되찾고 삶의 패턴을 정상화하는 것이었다. ● ③ 마음가짐이 가장 큰 치료제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운동과 식습관을 더 챙기게 되었고, 건강한 루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 ■ 6. 지금의 나 — ‘관리하는 삶’으로의 전환 지금 나는 약을 처방대로 꾸준히 복용하면서도 예전보다 훨씬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체중은 총 5kg 정도 줄었고, 최근 검사에서는 공복 혈당이 99mg/dL까지 내려갔다.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아내가 “요즘 얼굴이 밝아졌어”라고 말한 게 가장 기분 좋았다. 건강이 좋아지니 자연스럽게 표정과 분위기도 달라지는 것이다. 메트포르민은 내게 단지 ‘당을 낮추는 약’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꿔준 계기였다. 40대가 되니 확실히 몸이 예전 같지 않지만,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